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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전쟁/리뷰 & 보도

[리뷰] 당신과 나의 전쟁 by 파랑새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의 1년 여 간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당시에 워낙 촛불집회가 많았던 때라 나는 ‘시청 앞 집회에는 많이 참여했으니 안가도 되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보는 내내 그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었다. 사회에 관심은 많다고 믿었는데 실제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장은 외면하고 있었다니. 친구들이 가자고 했을 때 너무 멀기도 하고 다음 집회도 있고 하니 쉬겠다고 별 생각 없이 말했었던 것이 기억난다. 쌍용자동차 집회만 다녀오면 모두 녹초가 돼서 돌아오는 친구들을 보며 얼마나 격하게 진압하기에 저러지? 하는 의문만 살짝 했을 뿐. 한 번도 그 이상 의심해본 적이 없다. 시청 앞과 뭐가 다를까 하며.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상황이 움직이고 있었는지 몰랐다.

  이 현장에는 해고당한 사람과 해고당하지 않았지만 투쟁에 함께하여 해고당한 사람과 해고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근을 계속하는 사람 이렇게 세 부류가 있다. 앞의 두 부류는 동료의 문제에 왜 함께 하지 않느냐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외친다. 얼굴을 가리는 그들에게 다시 무엇이 자랑스러워서 이렇게 회사에 나오느냐는 비난이 던져진다. 같이 일을 해온 동료도 적이 되는 순간이다. 나는 출근을 계속 하는 사람들을 욕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그들과 같은 입장이 된다면 변할 수 있는 결정이다. 그러나 그들도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무언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살기 위해 동료에게 등을 돌리고 회사로 다시 발을 옮겨야하는 상황도 충분히 고통이 아닐까.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노동자들의 혼과 그 가족들을 도대체 누가 달래 줄 수 있을까. 그 과정을 지나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파업이 끝날 생각에 행복해하던 노동자들. 아내를 안아주고 싶다. 소주 한잔 마시고 싶다던 그 작은 소망마저 짓밟고, 결국 반은 살고 반은 죽는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 생존의 문제가 저리도 치열해야하는가. 다큐의 한 챕터 이름처럼 정말 '거짓말 같은 현실'에 몇 번이고 눈을 감고 싶었다. 왜 항상 진실은 이렇게 불편해야 하는 건지. 감독은 은유의 표현으로 쓴 것 같지만 나는 그 현장에서 말 그대로의 전쟁을 봤다. 그곳이 전쟁터가 아니면 무엇일까. 그들은 목숨을 걸고 목적을 이뤄야 한다. 그리고 죽지 않기 위해 버텨야한다. 단순히 일하며 살고자 할 뿐인데 그 최소한의 것조차 요구할 수 없는 이상한 사회. 그 답답함을 해소할 길이 없어 길에서 삼보 일배를 하며 달래려 하는데도 전경에게 둘러 싸여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때, 도대체 왜 내 맘대로 길을 가지도 못하냐고 외쳤던 노동자 아내 분의 처절한 외침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 외침은 해고한 회사의 관리들, 정부는 물론이고 무관심했던 일반 시민들에게도 향해있었을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모인 그 노란 물결이 쌍용자동차 앞에 갔었다면 금방 해결 됐을 거라고 말하는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 촛불에서 희망을 얘기했는데,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은 절망을 보았다. 노동자를 챙기라고 정부를 욕하지만 나 역시 그 목소리를 외면했던 사람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면서 무엇을 위해 나는 시청 앞에서 촛불을 들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 격렬한 전쟁터를 묵묵히 바라보는 영상은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파업과 동시에 침묵했던 우리에 대한 기록이다. 내가 당장 이런 일을 겪지 않아 남 일처럼 느낄 수 있으나, 결국은 노동자, 우리 모두에 대한 일이다. 자신의 권리가 바닥을 치는 곳에 당신은 왜 뛰어들지 않느냐고 이 다큐멘터리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 남지 않은 곳에서 살아남은 그들에게 최소한의 응원이라도 하지 않은 나에게 조용히 화를 내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지부장은 징역 4년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있다. 노동자들에게 깊이 새겨졌을 고통의 시간이 조금이나마 사라질 수 있게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함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이 너무 안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다큐를 봤으면. 우리 학교에서도 공동체 상영을 하도록 해보고 싶다.

 

당신과 나의 전쟁 / 2010 / 태준식

[원문보기] http://blog.naver.com/prettyhyuree?Redirect=Log&logNo=70083892352

* 블로거 파랑새님께서 작성해주신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