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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전쟁/리뷰 & 보도

[리뷰-시사인]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까닭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까닭
내가 먹고사는 문제야말로 가장 공적인 문제라는 인식, 그것이 ‘나의 전쟁’과 ‘당신의 전쟁’을 ‘우리의 전쟁’으로 만들고 함께 싸워 이길 힘을 줄 수 있다.


[135호] 2010년 04월 15일 (목) 14:03:19 박권일 (<88만원 세대> 공저자)

자고 일어나면 대형 사고가 빵빵 터지는 대한민국에선 작년에 벌어진 사건도 아득히 멀어 보인다. 태준식 감독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은 어느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버린 쌍용자동차 사태를 다시금 우리 앞에 생생히 소환한다. 장밋빛 투자계획을 늘어놓으며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자본(상하이 차)은 2009년 초, 투자 약속을 이행하기는커녕 자동차 제조기술만 빼간 뒤 일방적으로 철수 선언을 한다. 중국 자본을 적극 끌어들인 정부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 모든 피해는 정리해고라는 형태로 노동자들이 뒤집어쓰게 되었다.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그들은 결국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기나긴 싸움을 시작한다. 이른바 ‘옥쇄파업’이라는 77일간의 처절한 싸움은 시민의 무관심 속에 고립됐고, 결국 경찰과 용역의 불법·무차별 폭력으로 진압된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건 큰 싸움이, 노조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인 94명 구속이라는 쓰디쓴 기록을 남긴 채 패배로 끝나버렸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었다. 전국이 애도의 물결로 뒤덮인 상황에서 쌍용차 사태는 여론에서 증발해버렸다. <당신과 나의 전쟁>에서 진보신당 당원 강상구씨는 논평자로 등장해 이렇게 말한다.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애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생각 중 하나는 좋은 세상 만들자는 것이다. 그게 정말 올바른 것이었으면 그 물결이 쌍용자동차(공장) 앞에서 넘실거려야 했다.”

먹고살기 힘든 평범한 서민에게 유감스럽게도 ‘쌍용차의 전쟁’은 ‘당신의 전쟁’이지 ‘우리의 전쟁’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우리의 전쟁’은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이명박 정권이라는 ‘악(惡)’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분향소를 지키는 등의 애도 행위는 ‘우리의 전쟁’은 될지언정 ‘나의 전쟁’은 아니다. 요컨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당신의 전쟁’과  ‘우리의 전쟁’, ‘나의 전쟁’이라는 말은 각각 다른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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